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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의 성공심리학

로스터기 로스팅 기계의 진화 원통형 가정용 프라이팬형 드럼 로스터

by 슬리피 2024.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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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팬에서 드럼까지, 로스터의 진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로스터는 500여 년 동안 쌓아온 지식의 결정체다. 로스터는 끊임없이 진화했고, 기존에 사용하던 기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디자인이 도입되었다. 로스터의 개선은 커피 품질의 개선으로 이어졌고, 품질의 개선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로스터는 무엇을 위해 변화했는가?

로스터가 진화해 온 길을 살펴보면 발명가들이 3가지 문제를 늘 고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 번째는 고른 열전달이다. 기계에 넣은 생두에 열이 골고루 전달되어야 품질이 일정한 좋은 원두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로스터에 생두를 넣고 빼는 데 드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인데, 이 시간이 단축될수록 처리할 수 있는 양이 많아지고 인건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로스팅 중인 원두를 눈으로 살펴보거나 직접 꺼냄으로써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능이다. 로스팅 중에 원두를 잘 관찰해야지만 맛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고 더 좋은 원두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초의 프라이팬형 로스터, 15세기에 시작되다

커피 역사에 로스터가 최초로 등장한 시기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아마 처음에는 주방에서 쓰던 도구를 로스팅에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초기에는 석기나 토기 잔에 생두를 넣고 뜨거운 석탄이나 모닥불 위에 올려두고 뒤적거리며 볶는 게 일반적이었다. 물론 이렇게 해도 커피가 볶아지기는 하지만, 표면은 타버리고 중심부는 덜 익을 수밖에 없었다.

로스팅 전용 기구가 처음 등장한 것은 1400년대 초 페르시아에서였다. 군데군데 구멍이 뚫린 오목한 모양의 큰 스푼 같은 이 로스터는 화로나 모닥불에 올려놓고 사용했으며, 한 번에 원두를 조금씩만 볶아낼 수 있었다. 팬에 뚫린 구멍을 보면 당시의 커피 애호가들도 로스팅 시 통기와 대류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며 더 큰 로스팅 팬이 나오기도 했고, 뜨거운 석탄 위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다리가 달린 팬이 나오기도 했다.

초기 프라이팬형 로스터의 오목한 모양을 보면, 당시에도 원두를 이리저리 섞어 고르게 로스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했음을 알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로스터의 모양 또한 점점 개선되었고, 16세기에 이르러서는 처음 오스만 제국에서 사용하던 디자인에 뚜껑과 긴 손잡이가 추가되어 팬을 뒤집어가며 원두를 익힐 수 있는 모양으로 진화했다. 침대를 따뜻하게 하기 위해 안에 뜨거운 석탄을 채우고 뚜껑을 덮어 매트리스 밑에 넣어두던 동그란 구리팬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17세기, 빙글빙글 도는 원통형 로스터의 등장

실린더형(원통형) 로스터의 등장은 그야말로 혁신이었다. 17세기 중반에 등장한 이 로스터 역시 터키 쪽에서 넘어왔을 가능성이 높다. 주로 양철이나 양철을 입힌 구리로 만들었는데, 밀폐해서 커피의 향이 빠져나가지 않게 했고 빙글빙글 돌려가며 안에서 원두가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사람들은 몰랐을 수도 있지만 실린더형 로스터는 엄청난 기술의 진보였다. 프라이팬형 로스터와 달리 원두가 불에 직접 닿지 않게 보호할 수 있고, 회전함으로써 원두에 가하는 자극을 줄일 수 있었다.

1660년경 런던에도 이러한 실린더형 로스터가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엘포드(Elford)의 로스터였다. 여기에는 도르래를 이용한 자동회전 장치가 달렸다. 이전까지 주로 인간(주로 소년)의 노동력에 의존한 것을 생각하면 커다란 기술 혁신이었다.

커피를 사랑한 네덜란드, 가정용 로스터를 개발하다

험프리 브로드벤트(Humphrey Broadbent)가 1722년에 쓴 <런던의 커피 애호가(London coffee man)>라는 글을 보면, 당시 유럽에서 로스팅 장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국가는 네덜란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은 그중 일부다.

"필자 생각에 커피 열매를 볶는 최고의 방법은 작은 구멍이 촘촘히 뚫린 철통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철통을 석탄불 위에 고정해 놓고 돌려가며 볶으면 원두가 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로스팅이 끝난 후에는 철통 안의 원두를 꺼내 양철이나 철로 된 접시에 펼쳐놓고 남아 있는 열을 식힌다. 네덜란드에서는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 방법으로 손수 볶은 커피를 마신다."

브로드벤트의 글에 등장하는 네덜란드의 철통은 벽난로에서 원두를 볶을 수 있도록 가정용으로 보급된 최초의 로스팅 장비라고 볼 수 있다. 엘포드가 개발한 로스터와 비슷한 20cm 길이의 원통형 실린더였으나, 원두를 쉽게 넣고 뺄 수 있도록 작은 미닫이문이 달려 있었다. 한쪽 끝은 벽난로의 고리에 걸 수 있도록 되어 있었고, 다른 쪽 끝에는 나무 손잡이가 달려 있어서 천천히 돌려가며 원통 속의 원두를 볶을 수 있었다.

가정에서 사용하던 작은 원통형 로스터는 카페에서 바닥에 세워두고 사용할 수 있는 더 큰 용량의 로스터로 발전했고, 이러한 로스터에는 열 보존을 위한 외부 덮개가 장착되기도 했다.

 

 

18세기 산업혁명, 상업 로스터에도 손을 뻗다

이 무렵 유럽에서는 커피를 거의 가정에서 볶아 마셨다. 로스팅을 특별히 전문적인 기술로 보지 않는 인식 때문이기도 했고, 미리 볶아서 판매하는 커피가 가짜일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기도 했다. 게다가 18세기 후반까지는 로스팅업체에도 소량만 볶아낼 수 있는 작은 로스터밖에 없었다. 당시 로스팅은 어떤 경우 1시간가량 소요되기도 했다. 이렇게 낮은 온도에서 오랫동안 볶아낸 커피는 맥 빠지는 풍미에 톡 쏘는 산미도 없었다.

그러나 때는 바야흐로 혁신의 시대였다. 낙농업에서 양조업, 섬유업에서 제지업까지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 인력이 감축되고 품질과 생산성이 높아지고 있었다. 커피 로스팅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집에서 직접 원두를 볶던 사람들은 전문적인 로스팅업체가 대량으로 볶은 원두의 품질이 더일정하고 뛰어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볶은 원두를 구입하기 시작했고, 이렇게 상업 로스팅이 인기를 얻으며 대용량 로스터가 생겨났다.

혁신의 첫 발자국을 뗀 것은 1824년 최초의 대규모 상업용 로스터로 특허를 받은 리처드 에반스(Richard Evans)였다. 크기도 크기였지만 에반스의 로스터는 기존 장비와 전혀 달랐다. 우선 손쉽게 뒤집을 수 있어 로스팅 후 원두를 꺼내기가 수월했으며, 로스팅 중 샘플을 채취해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샘플관이 장착되어 있었다. 실로 원두의 품질 향상을 위한 중요한 발자국이라 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 커피 수요가 늘면서 점점 더 큰 로스터가 필요해졌다. 큰 기계를 만드는 데 누구보다 익숙한 나라는 예나 지금이나 미국이다. 보스턴의 제임스 W. 카터 (James W. Carter)는 로스팅 드럼을 화로에서 서랍처럼 빼낼 수 있는 풀아웃(Pull-out) 방식의 로스터를 개발해 1846년 특허를 받았고, 이 로스터는 20여 년간 상업 로스팅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드럼은 대형 와인통 정도의 크기였다. 냉각할 때 물을 사용했기 때문에 로스팅 공장에는 다 볶아진원두가 배출될 때마다 증기가 자욱했다고 한다. 로스팅이 완료된 후에도 드럼만 꺼내면 됐기 때문에 화로의 열을 그대로 보존한 채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고, 그 덕에 작업 속도 또한 빨랐다. 당시 최대의 로스팅회사였던 보스턴의 드위넬-라이트(DwinellWright)사를 비롯해 많은 기업이 카터 로스터를 사용했다.

드디어 현대식 드럼 로스터 등장!


현대식 드럼 로스터의 아버지는 두말할 필요 없이 자베즈 번스(Jabez Burns)다. 번스는 런던 출신으로 뉴욕에서 활발히 활동했고, 1860~70년대에 개발된 번스 로스터는 2가지 면에서 혁신적이었다.

첫째는 드럼 내부에 설치된 나선형 날개였다. 번스는 나선형의 날개가 돌아가며 원두를 뒤에서 앞으로 반복해서 옮기는 역할을 추가했다. 덕분에 열을 고르게 받아 일정한 로스팅이 가능했고, 다 볶은 원두를 손쉽게 꺼낼 수 있었다.

둘째 기술 혁신은 바로 로스팅 후 원두를 식혀주는 냉각장치였다. 뜨거운 원두 사이로 차가운 공기를 통과시켜 냉각을 돕는 장치는 번스가 1867년 설계한 로스터에 처음으로 등장했는데, 냉각 시간을 단축한 것은 물론이고 커피의 질 향상에도 도움이 되었다. 현대식 드럼 로스터에도 번스의 냉각장치와 같은 원리를 적용한 냉각통이 달려 있다.

20세기에는 로스터의 설계를 조금 바꿔 원두의 품질을 크게 향상시켰다. 로스터의 드럼을 이중으로 만들어 열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이 방식은 20세기 내내 많은 기업의 환영을 받았다. 이중 드럼은 생두의 표면이 불에 그슬리는 것을 막아주었고, 간접 가열은 드럼 내부의 과열을 막으면서도 열전달률을 높여주었다. 커피의 품질을 향상한 일등공신이며, 덕분에 로스팅 속도와 결과물의 일관성, 정확성이 크게 개선되었다.

현재 드럼 로스터계에서는 독일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으며, 그중 1998년 자베즈 버스사를 인수한 프로바트(Probat) 사가 단연 선두주자로 꼽히고 있다. 프로바트는 드럼 로스팅에 집중해 온 결과 현재 스페셜티 커피 로스팅 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950년대 설립된 터키의 토퍼(Toper)사와 가란티(Garanti)사 역시 훌륭한 로스터를 생산하고 있으며, 네덜란드의 기센(Giesen)사 또한 마찬가지다. 미국 역시 멋진 기계를 선보이고 있는데, 디드릭(Diedrich) 사의 아름답고도 전통적인 드럼 로스터와 로링(Loring) 사의 자동 모델인 스마트 로스터(Smart Roaster)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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