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은 출판된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인기가 많은 책이다. 나도 가장 감명 깊게 봤던 책이라서 자연스럽게 아들러에게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는데 인간 본성의 이해라는 책도 눈에 들어왔다. 아들러는 어떤 사람인지 하나씩 살펴보자.
알프레트 아들러(Alfred Adler) 생애
아들러는 187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일곱 형제 중 둘째로 태어났다. 그런데 다섯살 때 당시로서는 불치에 가까운 폐렴에 걸렸다가 간신히 목숨을 구하고, 이어서 남동생이 병에 걸려 죽는 불행을 겪었다.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아들러는 빈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여 1895년 의사 자격을 얻고, 1898년에는 재단사의 작업 환경과 건강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만난 것은 그 이듬해였다.
아들러는 1911년까지 빈 정신분석학회의 일원으로 활동했으나, 1912년 여덟 명의회원들과 함께 탈퇴하여 다른 학회를 결성했다. 이름하여 '개인심리학회'였다. 이런 연구 활동의 성과가 담긴 책이 신경증 기질 The Neurotic Constitution』이었다. 그의 연구는 제1차 세계대전으로 잠시 중단됐으나, 군 병원에서 보낸 경험은 에게 확고 한 반전 의식을 심어주었다.
전쟁이 끝난 후 아들러는 빈을 중심으로 22곳의 지역에 아동 정신병원을 열었다.그러나 그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1932년 병원이 강제 폐쇄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롱아일랜드 의과대학의 교수직을 맡았다. 당시 아들러는 미국에서 이미 저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1927년부터 콜롬비아 대학의 초빙교수를 지낸 데다, 유럽과 미국에서 여러 차례 벌인 대중 강연 덕분이었다.
아들러의 저서로는 『삶의 과학 The Science of Living』, 『개인심리학의 이론과 실제 The Practice and Theory of Individual Psychology』 외에, 베스트셀러가 된 의미 있는 삶 What Life Could Mean to You』 등이 있다.
아들러와 프로이트
1902년, 매주 수요일이면 오스트리아 빈에서 몇 명의 의사와 유대인들이 모여 작은 모임을 열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주축으로 한 '수요 모임'이었다. 나중에 '빈 정신분석학회'로 발전한 이 모임의 초대 회장은 알프레트 아들러였다.
아들러는 빈 모임에서 프로이트 다음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개인심리학을 창시한 인물이지만, 아들러와 프로이트를 사제지간으로 보긴 어렵다. 프로이트가 상류층의 우수한 교육적 배경을 지닌 잘생기고 귀족적인 스타일이었다면, 아들러는 도시 외곽의 곡물상 집안에서 태어난 지극히 평범한 용모의 소유자였다. 이런 출신 배경의 차이만큼이나 두 사람의 취향도 아주 달랐다. 프로이트가 전통 세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골동품 수집에 열을 올리는 사이에, 아들러는 노동자계층의 건강과 교육, 여성의 권익 증진에 힘썼다.
사실 두 사람의 사상적 불화는 그전부터 감지되었다. 결별이 있기 몇 해전, 아들러는 『기관 열등감과 신체적 보상에 관한 연구 Study of Organ Inferiority and Its Psychical Compensation』라는 책을 펴냈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은 자기 신체에 대한 인식과 신체적 단점이 인생의 목표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었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오로지 무의식의 활약으로 움직인다고 주장했으나, 인간을 사회적 존재로 본 아들러는 환경에 대한 반응과 스스로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에 대한 반응으로 인생의 유형이 결정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인간은 천성적으로 개인적 능력과 정체성을 획득하는 데 전력을 다하지만, 그것이 만족되고 나면 사회에 순응하며 바람직한 일에 기여하고자 노력한다고 했다.
타인의 희생 강요하는 '열등콤플렉스'
아들러도 인간의 정신이 아동기 초기에 형성되며, 이 시기의 행동양식이 성인기까지 뚜렷이 지속된다는 프로이트의 이론에 동감했다. 그러나 프로이트가 유아기의 성(性)에 이론의 초점을 맞춘 반면, 아들러는 아이들이 스스로 힘을 키워나가는 방식에 관심을 두었다. 그리하여 아이들은 자기들보다 몸집이 크고 강해 보이는 사람들 틈에서 자라는 동안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길을 찾아낸다고 결론지었다.
특히 아들러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형제들 가운데 몇 번째로 태어나는지에 따라 삶의 태도도 달라진다고 하는 '출생 순서' 개념이다. 이를테면 막내로 태어난 아이는 다른 형제보다 작고 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구성원을 앞질러 가장 유능한 가족의 일원이 되고자 노력하는 경향이 강하다. 동시에 자라면서 자기주장이 강하고 힘이 센 어른을 모방할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약점을 드러내어 어른들의 보호를 이끌어낼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놓이기도 한다.
어쨌든 모든 아이는 자기 약점을 보상하는 최선의 길을 찾아나선다. 이를 두고 아들러는 “수많은 재능과 능력은 부족감에서 비롯된다"라고 말했다.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은 동시에 열등감을 일으킨다. 이러한 열등감을 없애는 바람직한 양육 방식은, 남을 희생시켜 가며 어떻게든 이기려고 하는 불안정한 욕구를 아이가 발전시키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물론 아동기의 특별한 정신적·신체적·환경적 장애가 실제로 문제가 될 수도 있으나, 무엇이 장점이고 약점인지는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열등감을 떨쳐내려는 시도는 인생의 전반적인 모습을 바꾸며, 때로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열등감을 보상하려는 시도를 낳기도 한다. 이를 설명하고자 아들러가 고안해낸 유명한 용어가 '열등콤플렉스'이다. 열등콤플렉스는 사람을 수줍게 하고 위축시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열등감을 보상하려는 과잉 성취욕을 빚기도 한다. 이 '힘을 향한 병적인 욕동(動)'은 타인과 사회의 희생을 요구할 때가 많다. 아들러는 아주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호령한 프랑스의 나폴레옹이야말로 열등콤플렉스의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인간의 상반된 욕구
인간의 정신은 유전적 요소가 아닌 사회적영향으로 형성된다는 것이 아들러의 기본 이론이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개인의 '성격'은 힘(power) 또는 개인적 강화 욕구와 사회적 감정 및 일치욕구라는 두 가지 상반된 요소가 독특한 상호작용을 일으킨 결과물이다.
이처럼 상반된 욕구를 지닌 인간은 개개인이 독특할 수밖에 없다. 모두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 두 가지 요소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남을 지배하려는 욕구는 사회적 기대에 대한 인식으로 자제되며, 허영심이나 자만심 역시 자체적인 점검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야망이나 자만이 지나치면 그 사람의 내적 성장은 갑자기 막다른 길에 이르게 된다. 아들러의 말대로 "힘을 지나치게 갈구하는 인간은 제 자신을 파멸로 이끌게 마련이다.”
그래서 사회적 감정과 공통체적 기대 요소가 억눌리거나 무시되면 허영이나 야망, 시기, 질투, 탐욕 등의 공격적 특성이나 회피, 불안, 위축, 사회성 결여 등의 비공격성 특성이 나타나게 된다. 어느 한 요소가 다른 요소보다 강력히 우세한 것은 마음속 깊이 도사린 부족감 때문이다. 때로는이런 부족감이 엄청난 에너지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 힘에 휩싸인 사람들은 자신의 부족감을 보상하고자 '위대한 정복'을 꿈꾸며 살아가지만, 그들의 과장된 자아감은 현실감을 상실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들의 삶은 곧 이 세상과 타인이 그들에게 바라는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들은 그런 자신을 영웅적이라 여기고 흡족해 하지만, 다른 사람들 눈엔 그들의 자기중심적 경향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적절히 즐기며 살아가는 즐거움을 빼앗는 것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그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과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독불장군은 '사회의 적'
아들러는 허영과 자만심에 사로잡힌 사람일수록 자신은 그저 꿈이 많거나 열정적일 뿐이라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자신의 정체를 영리한 방식으로 위장한다. 그들은 자신의 허영심을 감추려 일부러 옷차림에 신경을 덜 쓰거나 겸손한 척한다. 그러나 허영에 찬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한 아들러의 결론은, 그들의 인생은 결국 한가지 질문으로 귀착된다는 것이다. “이번에 내가 얻을 수 있는 건 뭐지?”
그렇다면 역사상 손꼽히는 위대한 업적들도 단순히 허영심의 발로일 뿐인가? 아들러는 궁금했다.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고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허영심이나 자만심 같은 자기 강화가 꼭 필요한 것일까? 아들러의 결론은 '그렇지 않다'이다. 허영심은 진정한 능력을 발휘하는 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며, 오히려 성과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실제로 인류에 공헌한 위대한 업적은 모두 허영심이 아니라 그 정반대 지점에 있는 사회적 감정에서 비롯되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 허영심이 있게 마련이지만, 건강한 사람은 이 허영심을 남에 대한 배려로 바꾼다.
선천적으로 허영된 사람은 사회적 요구에 자신을 '굴복시키지 않는다. 특정한 지위, 위치, 목표를 이루는 데 몰두하느라 남들이 당연시 여기는 공동체나 가족에 대한 기본적인 의무를 회피하기도 한다. 그 결과 그들의 삶은 외롭고 인간관계는 궁핍하다. 그들은 자신의 욕구와 이익을 가장 먼저 챙기는 한편, 남들에 대한 비난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가이다.
공동체의 삶에는 개인이 피할 수 없는 특정한 법과 원칙이 존재한다. 그런데 인간의 정신적·육체적 생존에 다른 사람과 공동체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찰스 다윈이 말했듯이, 약한 동물은 결코 혼자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아들러는 ‘공동체 적응은 인간이 습득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심리적 기능'이라고 했다. 따라서 겉보기엔 많은 것을 이룬 것 같은 사람일지라도이 ‘공동체 적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삶의 의미를 느끼기 어렵고, 주변 사람들도 그 사실을 금세 알아차린다. 아들러는 이렇듯 공동체 적응을 습득하지 못한 이들을 "사회의 적'으로 지목했다.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
아들러의 심리학은 모든 인간이 늘 목적을위해 노력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러한 목적론적 관점은, 인간이 과거의 영향에 따라 움직인다고 본 프로이트의 시각과 반대된다.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지 간에, 인간은 '목적'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아들러에 따르면 인간의 정신은 고정돼 있지 않으며, 이기적이거나 공동체적인 의도에 자극받아 목적을 향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인간은 현재와 미래에 대한 '상상'으로 살아간다. 이것이 늘 현실과 맞아떨어지진 않아도, 이 상상력은 인간이 열정적으로 살고 늘 어딘가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원동력이다. 인간의 정신이 불멸하고 변화에 저항적인 이유도 바로 방향성을 지닌 목적 때문이다.
아들러는 "인간에게 가장 힘든 일은 자신을 알고 자신을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말한다. 아마도 공동체의 방대한 집단적 지식에 기대어 균형을 이루려고 하는 인간의 욕망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인간 본성의 이해
아들러가 개인적 힘과 사회적 감정의 두가지 요소를 설명한 의도는, 인간이 아무것도 모른 채 제멋대로 자신의 모습을 형성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아들러의 저서에 소개된 실제 사례들은 나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어쩌면 우리는 한때 꿈꾸었던 것들을 잊은 채 가족이나 공동체의 테두리 안에 자신을 가두었거나, 사회적 관습을 무시하는 독불장군으로 군림하고 있는지 모른다. 둘 다 우리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불균형 상태이다.
『인간 본성의 이해』중 상당 부분은 심리학보다 철학에 가깝고, 실험이아닌 사례에 근거하여 인간의 특성을 일반화하는 경향이 짙다. 이러한 비과학적인 접근법으로 인해 아들러의 이론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열등콤플렉스와 같은 일부 개념은 오늘날 대중적으로 쓰이는 이론으로 자리 잡았다.
프로이트와 아들러 모두 강력히 추구할 만한 지적 의제를 내세웠다. 다만 아들러의 사상적 목표가 좀 더 소박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그의 사회주의자적 성향과 관계가 있다. 아들러는 아동기가 성인기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그로 인한 사회적 혜택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를 연구 목표로 삼았다. 문화적 엘리트에 속했던 프로이트와 달리, 아들러는 인간 본질에 대한 연구가 심리학자만의 영역이 아닌 모든 사람, 특히 인간 본성에 대한이해 부족으로 나쁜 결과를 얻는 사람들을 위한 소중한 작업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아들러 명언
- "열등하고 부족하고 불안한 느낌은 개인의 존재 목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 "자만한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그들이 결코 이룰 수 없는 목표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들은 세상 어느 누구보다 중요하고 성공적인 사람이 되고자 하는데, 이러한 목표는 직접적으로 그들의 부족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 “모든 아이들은 교실 밖에서 자신의 체험을 스스로 평가하며 개인적 발전을 이룬다. 인간 정신에 관한 참된 지식을 습득할 만한 경로는 없다. 오늘날 인간본성에 관한 과학은 연금술 시대에 화학이 차지했던 것과 같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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