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현장에 상담하러 나가면 많은 분이 제게 이런 질문을 많이 합니다.
"성격유형은 어떻게 정해지는 거예요?""성격유형은 유전인가요? 양육인가요?""부모 하고 완전히 다른 우리 애는 도대체 누굴 닮은 걸까요?”
이 질문들은 저도 참 답하기 힘들어요. 저도 여기에 대해 명확하게 배운 것은 없거든요. 만약 MBTI 성격유형이 유전이라면 일란성쌍둥이는 성격유형이 똑같아야 할 것입니다만, 실제로는 안 그렇거든요. 그럼 양육일까요? 재미있는 건 둘 다 SJ 기질의 부모 밑에서 완전히 다른 ENFP 유형과 ISFP 유형인 남매가 태어나는 것을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로 어떤 성격유형의 자녀가 태어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어요.
제 전공인 생명과학에서는 태아의 발달 과정에 대해 배우는데요, 이를 기초로 하여 제가 이해한 바를 소개할까 합니다. 나중에 소개할 성격유형별 각종 능력에 대해서도 이 설명을 바탕으로 이해하시면 더 쉽게 이해되실 것입니다. 하지만 이 내용은 제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자 비유한 부분이니, 정확한 과학적 근거로 말하는 것이 아님을 미리 밝혀둡니다. MBTI 검사 안 하신 분은 아래를 들어가시면 됩니다.
태아의 발달 과정
먼저 아이가 수정되어 착상되고 나면 그때부터 세포가 분화하며 발달하기 시작하지요. 이를 연구하는 학문이 발생학이라고 합니다. 수정란이 만들어지고 6일째쯤 착상이 된다고 합니다. 그 후 엄청난 속도로 세포분화를 하며 발달하기 시작하는데, 18일째쯤 신경관이 만들어지고, 그 이후부터 신경망과 뇌가 만들어지게 되지요. 그래서 점차 온몸에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이 만들어지고 뇌가 발달합니다.
자, 그럼 그 태아의 상황을 상상해 봅시다. 현재 팔다리에 근육도 생겨나기 시작하고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이 뻗어나가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어떤 계기로 인해 이 태아가 오른손을 움직여봤습니다. 신기하게도 움직여지네요. 그렇게 움직여보니 왼손보다는 오른손의 신경이 좀 더 발달하게 되겠지요. 즉, 어떤 계기로 인해 비대칭으로 좀 더 움직이면 신경의 특성상 사용하면 할수록 더 발달해 버리게 되지요. 그리고 신경이 발달하면 할수록 더욱 쉽게 그 손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요. 그 비대칭적 움직임이 더 잦아지게 되면서 결국 오른손잡이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때 왼손은 상대적으로 덜 발달된, 어쩌면 원시적 신경망 형태에서 조금 발달한 수준에서 머물러 있을 수 있는 것이고요. 그렇게 시간은 지나 태아가 태어나게 되면 그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오른손을 아주 쉽게 잘 사용하게 됩니다. 반면에 왼손은 오른손을 거들어주는 역할에 머무르게 되고요. 즉, 오른손잡이라고 해서 왼손을 아예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오른손 사용에 비해 미숙하고 신경이 더 쓰이고 어색하고 힘들 뿐이지요.
성격 지표와 선호 기능
성격의 각 지표도 마찬가지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자신이 선호하는 기능을 사용하면 할수록 유능감을 느끼게 되어 더욱 자주 사용하게 되면서 강화가 되며 뚜렷해져 가는 것이지요. 하지만 선호하지 않는 기능이라고 하여 아예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자신이 외향적이라고 해서 내향적인 모습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특정 상황에 따라 양쪽 중에 좀 더 편한 방향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지요. 저의 경우 한때 무대공포증이 매우 심해서 남들 앞에 서면 완전히 얼어붙어버려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물론 사석에서는 누구를 만나도 자신 있고요. 재미있는 것은 방송인 김제동 씨는 저와 반대로 사석에서는 얼어붙어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지만 무대에 오르면 완전히 외향적인 성격으로 변해버린다고 합니다.
이처럼 네 가지 지표에서 우리 뇌가 좀 더 편안하고 쉽게 사용하기 시작하여 점차 고도로 발달해버려서 점점 그 성격적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하는 근거 중에 하나가 CATI 검사 이전에 아동청소년용 MBTI 검사였던 MMTIC라는 검사에서는 아동 청소년들은 아직 뚜렷하게 분화되지 않았거나 혹은 양쪽의 오차범위 내에 있어서 어느 쪽인지 결정할 수없다는 U-Band(Undetermined Band)라는 것이 있습니다. 피검사자가 어릴수록 네 가지 지표에서 U-Band가 더 많이 나오는 경향을 보여서 제 생각이 어느 정도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전문화 과정
그렇게 우리 아이가 오른손잡이, 왼손잡이가 되듯 아이가 태어나면서점차 자신이 선호하는 어느 하나의 방향으로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MBTI의 네 가지 지표도 어느 한쪽으로 서서히 분화되기 시작하지요. 그리고 심리기능의 위계 중 주기능과 부기능도 점점 뚜렷하게 발달하기 시작하지요. 하지만 반대 기능들, 즉 삼차기능과 열등기능은 상대적으로 소홀해져서 그 성격적 특징이 매우 뚜렷하게 보입니다. 예컨대 ESTP 유형의 아동과 INFJ 유형의 아동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되는 것입니다. 즉 전문화(Specializing) 과정을 겪게 됩니다.
아동이 성장함에 따라 주기능과 부기능을 매우 능숙하게 사용하기 시작하게 되면 CATI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유형적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하게 됩니다. 반면에 삼차기능과 열등기능은 매우 제한되고 미숙한 상태로 있으며, 그 기능과 관련된 가치나 행동 등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됩니다. 쉬운 예로 INFP 아동인 경우, 심리기능의 위계는 주기능 Fi, 부기능 Ne, 삼차기능 S, 열등기능 Te가 되지요. 그래서 주기능 Fi와 부기능 Ne가 점점 능숙한 상태로 발달하기 시작하여 사람들의 정서적인 부분을 공감하고 배려하는 것을 점점 좋아합니다.
그리고 부기능 Ne로 인해 엉뚱한 상상이나 생각에 빠져있기를 좋아하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점점 선호합니다. 그래서 INFP 아동들은 사람정서를 이해하는 감수성이 매우 발달하고 하얀 백지와 필기도구를 주면 자신의 상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걸 매우 좋아하는 것이지요. 하지만삼차기능 S와 열등기능 Te는 상대적으로 매우 미숙한 상태로 머물러 있어서 삼차기능 S의 특징인 현실 감각, 꼼꼼함 등이 매우 부족하여 덤벙대고 어리숙한 모습을 자주 보이게 되지요. 또 열등기능 Te가 매우 미숙하여 계획적으로 움직이려고 하고 목표 지향적으로 노력하려는 모습을 보기 힘든 데다가, 논리적으로 따지고 들거나 남에게 지시하고 강요하는 행위 자체를 매우 혐오하게 됩니다.
주기능 부기능 발달
이러한 주기능과 부기능의 발달은 20대 초반에 가장 뚜렷해집니다. 그래서 MBTI를 제대로 공부하고 상담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은 20대 초반의 청년들을 조용히 관찰만 해도 그 사람이 무슨 유형인지 금방 알 수 있어요. 주기능과 부기능이 너무 뚜렷하고 삼차기능과 열등기능이 매우 미숙하여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으로 관찰되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렇게 한 사람이 20대를 지나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되면 삼차기능의 부재로 인해 점점 내외적 갈등을 겪기 시작하다, 어느 시점부터 삼차기능을 개발하기 시작합니다. 저의 경우 ESTP 유형으로 20대 초반까지는 주기능 Se와 부기능 Ti가 너무 뚜렷하게 발달한 나머지 심각한 부작용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주기능 Se의 경우 타인의 감정이나 상황. 심리상태를 정확하게 꿰뚫어 보는 감각이 매우 발달하게 되지요.
그리고 부기능 Ti의 발달로 타인의 상태를 근거로 상대의 약점, 논리적 허점을 정확하게 찾아내고 이를 반박할 수 있는 방법을 빠르게 생각해내게 됩니다. 그래서 점점 궤변이 좋아지고 남들과 말싸움으로 이기려고 드는 심각한 부작용을 겪게 되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분명히 제가 잘못한 것을 저 또한 잘 알고 있는데도 제 나름대로의 궤변으로 상대가 잘못한 것으로 몰아가버려서 상대가 거기에 대꾸하지 못하면 내심 '내가 이겼다'라고 좋아하는 상황이 많았었지요. 그렇게 살다 보니 점점 친구가 줄어들고 제 주변에는 저를 싫어하는 사람들만 넘쳐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제가 잘못한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하고 항상 남 탓만 했었지요.
그러다 25살 늦은 나이에 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나이 많다', '나름머리 회전 빠르다', '학벌 좋다' 등의 자만심에 꽉 찬 이등병 눈에는 같은 부대의 어린 선임들이 눈 아래로 보일 수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초반에는 정말 마찰이 심했습니다. 툭하면 혼나고 갈굼 당하고, 분명히 선임이 잘못한 일인데 거기에 항변하면 주변 사람들은 전부 저를 질책했습니다. 그렇게 힘든 나날을 보내던 중에, 어느 날 너무나도 괴로운 나머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 '아, 내가 예전에 친구들한테 했던 짓이 딱 이거구나. 걔들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분명히 내가 잘못한 것을 알고 있었겠구나. 아, 나 정말 나쁜 놈이었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지요.
그때부터 그동안 제가 친구들한테 잘못했던 일들이 막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그때 그 친구들이 느꼈을 불쾌한 감정, 나에 대한 분노가 느껴져 정말 많은 참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타인의 감정이 보이기 시작했지요. 그러면서 점점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게 되는 능력이 좋아졌어요. 나중에 MBTI의 유형발달을 공부하면서 ESTP 유형의 삼차기능이 바로 F, 즉 감정기능임을 알고 정말 소름 돋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 이후로 저를 처음 만나는 분들은 제가 감정형인 줄 알고 있습니다. 삼차기능인 F가 매우 능숙하게 발달해버렸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누구나 30대 정도가 되면 삼차기능이 발달시킬 수밖에 없는 계기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거기에 순응하는 사람들은 긍정적으로 삼차기능을 발달시키는 것이지요.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좋은 방향으로만 가는 것이 아닙니다. 가령, 매우 적대적인 환경에 장기간 노출되어 있었거나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있었던 경우, 삼차기능의 부재로 인한 갈등과 고민을 남 탓, 사회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주기능과 부기능만을 고집하게 되어 매우 편협하고 자기중심적이며 공격적인 사람이 됩니다.
그렇게 30대를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열등기능의 부재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기가 찾아오지요. 대략 30대 중후반부터 40대 초중반 사이에 겪게 되는데 이 또한 삼차기능이 발달하게 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가끔 40대 성인을 상담하다 보면 이러한 유형발달의 과정을 관찰할 수 있지요.
일례로 ISTJ 유형인 어느 여성분께서 그전에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가치관과 행동의 변화를 겪는다면서 제게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있었어요. 갑자기 재즈댄스에 빠지기 시작했다고 하면서 새로운 것에 대해 도전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막 생겼다고 하네요. 원래 ISTJ유형들은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며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미리 계획한 대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사람이지요. 하지만 40대가 되자 열등기능인 Ne가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의 삶이 너무 지루하고 따분하게 느껴져서 그전까지는 정말 싫어했던 모험적인 삶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도전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유형발달로 인해 삼차기능과 열등기능이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원래 주기능과 부기능보다는 능숙함이나 선호의 뚜렷함이 부족한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40대 이상 되는 사람들은 실제로 검사하지 않고서는 그 사람의 성격유형을 추측하기가 정말 어려워집니다. 이를 두고 일반화(Generalist)라고 합니다. 저의 경우 40대가 되면서 ESTP 유형의 열등기능인 Ni가 점차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그전까지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던 삶의 의미, 인생의 방향 등 철학적 고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하는 일이 이 사회에 어느 누군가에게 자그마한 희망과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MBTI를 제대로 알리려고 노력하게 되었지요. 그러한 변화가 저의 MBTI FormQ 검사 결과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성격 유형은 성장한다
이렇듯 한 사람은 하나의 성격유형의 틀 안에서 점차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성숙한 인격체로 변해갑니다. 하지만 살아온 환경이나 주변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의 윤리 의식 등이 상호작용을 일으켜 성격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모습으로 변해가는 사람들도 자주 관찰할 수가 있지요. 일반적으로 대인관계에 관한 상담을 요청하여 피상담자들을 검사해 보면, 건강하지 못한 모습으로 성격이 변해버린 사람들에 의해 갈등을 빚고 있는 사례가 참 많았습니다.
사람은 어떤 환경에 장기간 노출되어 있느냐,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느냐에 따라 큰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같은 유형이라 하더라도 실제로 만나서 진단을 해보면 그 스펙트럼이 정말 다양한 것을 알 수 있지요. 가끔 저 또한 '저 사람이 그 유형이었어? 정말 짐작조차 못 했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깜짝 놀라는 경우도 많습니다. 같은 성격이라도 매우 긍정적으로 변해버려서 정말 존경스러운 마음이 절로 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말 주변 사람의 긍정적 에너지를 다 빨아먹어버리는 자존감 흡혈귀 같은 사람도 있어요. 그게 서로 다르게 유형발달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MBTI는 단순히 '저 사람은 어떤 유형이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이 인격적으로 어떻게 성숙해왔고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어왔는지를 예측할 수 있는 훌륭한 심리 검사 도구입니다. 따라서 MBTI 성격유형 검사는 반드시 한국 MBTI연구소에서 주관하는 MBTI 교육 프로그램을 제대로 이수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은 MBTI 전문가에게 검사받고 해석과 상담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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