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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의 성공심리학

커피 원두 크림 크레마 에스프레소의 감동 멜라노이딘

by 슬리피 2024.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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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진한 영혼, 에스프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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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에스프레소다. 에스프레소는 커피의 맛을 복잡하면서도 농축적으로 보여준다. 다른 방식으로 제조한 커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바디감과 질감이 특징이다.

에스프레소가 없던 시절은 어땠을까?

에스프레소(Espresso)가 등장하기 전, 원래 커피 추출은 시간이 꽤 걸리는 작업이었다. 요즘에는 맛있는 커피를 위해서라면 조금 기다려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예전에는 그 과정을 인내심 있게 기다려주는 소비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카페들은 주문을 빨리 소화하기 위해 커피를 미리 잔뜩 추출해 두었다가 데워서 내주거나 불 위에 따뜻하게 올려두었다 따라주었다. 요즘에야 (에스프레소 머신만큼은 아니어도) 커피를 더 빠르게 추출하는 장비들이 많지만, 그러한 장비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20세기 초에는 시커먼 잿물처럼 오래 달여낸 것 같은 과추출된 커피를 마시는 수밖에 없었다.

카페에서 주문을 받을 때마다 커피를 추출해 팔기 위해서는 1분 이내에 1잔을 추출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추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원두를 더 작게 분쇄해 표면적을 넓혀주면 물과 접촉이 원활해져 원두에서 커피 성분이 더 빨리 추출된다. 커피 입자가 작아질수록 추출은 빨라져서 좋지만, 입자를 걸러내기 위해서는 더 고운 필터를 써야 한다. 그런데 필터가 고와지면 물이 잘 내려가지 않는다. 중력의 힘만으로는 물이 촘촘한 커피층을 뚫고 지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에스프레소, 커피를 더 빠르고 더 쉽게!

커피를 빠르게 추출하는 유일한 답은 압력이다. 추출 시 사용하는 물에 압력을 가해 곱게 간 커피 가루의 촘촘한 층을 통과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에스프레소다.

에스프레소는 물이 금속 필터를 통과해 곱게 분쇄된 원두를 만나 커피액을 뽑아낸 결과물이다. 이때 (증력이 아닌) 압력을 이용해 물을 통과시키기 때문에 곱게 분쇄한 원두를 써도 균형 잡힌 추출을 할 수 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장점은 무엇일까? 바로 속도다. 원두를 곱게 분쇄하면 물과 접촉하는 표면적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므로 추출 시간이 짧아도 충분한 커피액을 뽑아낼 수 있다. 더 나아가 추출 시의 높은 압력 덕분에 물이 원두의 안쪽까지 침투해 평범한 여과식으로는 뽑아낼 수 없는 지방성분이나 용해 당분(Dissolving Sugar)까지도 추출한다.

완벽한 에스프레소가 주는 감동을 느껴보자

 

잘 추출된 에스프레소에서는 다양한 향미의 균형을 느낄 수 있다. 잘 정돈된 쓴맛과 산뜻한 산미, 그리고 혀에 남는 달콤함까지. 우리가 커피를 만들면서 목표로 삼는 바로 그 맛이다.

향미의 추출 시점은 원두마다 다르기 때문에 훌륭한 에스프레소를 얻기 위해서는 맛을 봐가며 추출 시간을 설정해야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라이트로스팅한 케냐 커피의 경우 30초보다 조금 길게 추출해 산미를 잡아주면 좋고, 다크로스팅한 브라질 커피의 경우 추출 시간을 조금 짧게 해 쓴맛을 잡아주면 좋다.

대개의 경우 먼저 추출되어 나오는 것은 신맛이다. 과소 추출된 에스프레소가 시게 느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다음에는 단맛이 추출된다. 사실 로스팅한 원두에는 당 성분이 많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에스프레소에서 느끼는 단맛은 실제 당분의 존재로 인한 단맛이라기보다는 바디감이나 농밀한 질감에서 오는 달콤한 풍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단맛 다음에는 쓴맛이 추출된다. 여운이 긴 쓴맛은 에스프레소 맛의 균형을 잡아주지만 과다 추출 시에는 다른 맛을 덮어버릴 수 있다.

그렇다면 커피의 향, 아로마는 어떨까? 아로마는 그 다양한 향으로 에스프레소에 개성을 부여하는데, 맛과는 달리 바리스타가 특정 아로마를 선택적으로 추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커피잔에 담긴 아로마는 바리스타의 역량이 아니라 커피 재배 농가와 로스터의 역량으로 결정된다. 단, 바리스타는 추출 시 맛 성분에 변화를 주어 아로마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오렌지 향이나 자몽 향을 지닌 원두의 경우 신맛을 강조하면 과일 향 그대로의 상큼함을, 달콤 쌉쌀한 맛을 강조하면 달콤함이 추가된 오렌지 초콜릿이나 자몽 마멀레이드 향을 느끼게 된다.

고소한 원두 크림, 크레마 멜라노이딘

흔히들 에스프레소의 필수 요소로 표면을 덮은 갈색의 크레마(Creama, 크림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를 꼽는다. 많은 사람들이 크레마를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것이 에스프레소의 질을 보여주는 척도라고 믿기 때문이지만,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크레마가 실제로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떤 방식으로 추출하는 분쇄한 원두에 물이 닿으면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러한 현상은 드립커피 제조 시에 원두가 빵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에스프레소 추출 시 크레마가 형성되는 것은 강한 압력 때문이다. 고압의 추출액은 커피층을 통과해 배출구로 나오면서 급격한 압력 저하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 순간 추출액 속에 녹아 있던 이산화탄소가 기포를 형성해 부피를 증가시킨다. 추출 초반에 잔이 빠르게 차오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기포가 터지지 않고 유지되려면 계면활성제(액체의 표면장력을 감소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물질) 역할을 해줄 것이 필요한데, 처음 형성된 기포는 이를 찾지 못한 채 사라져 버린다. 에스프레소에서 계면활성제로 작용하는 것은 로스팅 시 마이야르 반응으로 생겨나는 멜라노이딘(Melanoidin)이라는 물질이다. 멜라노이딘은 이산화탄소 기포를 둘러싸고 표면장력을 감소시켜 안정적인 거품을 만들어준다. 사실 추출 후의 에스프레소는 거품이 정돈된 후의 기네스 맥주와 아주 유사한 모습인데, 이는 우연이 아니다. 기네스를 비롯한 흑맥주의 거품 또한 보리를 로스팅하는 과정에서 생긴 멜라노이딘 덕분에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추출 후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크레마는 소멸되기 시작한다. 이는 크레마의 거품에 섞여 있던 가스가 휘발하는 것으로, 모든 거품에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잘 추출한 에스프레소일수록 크레마가 오래가는 경향이 있으므로 크레마의 지속성은 에스프레소의 품질을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과소 추출된 에스프레소에는 크레마가 더 적게 형성되며 그마저도 빠르게 소멸된다. 이는 추출 시간이 짧아 이산화탄소가 충분히 녹아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함유된 이산화탄소의 양 자체가 적은 오래된 원두도 크레마를 많이 형성하지 못한다. 크레마가 빈약한 에스프레소를 의심해봐야 하는 이유다.

크레마를 보며 에스프레소의 농도를 판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크레마는 거품의 형태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거품에 섞여 있는 액체는 그 아래에 있는 커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거품 때문에 빛이 굴절되어 훨씬 더 밝은 색을 띠기는 하지만 추출된 에스프레소의 색깔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커피의 농도가 짙을수록 색깔도 짙어지고 따라서 크레마의 색깔도 짙어진다.

크레마에 대한 선호는 사람마다 각기 다르지만, 크레마가 어느 정도 에스프레소에 부드러운 느낌을 부여하는 것은 맞다. 확실히 고운 거품이 덮인 모양을 보면 부드러워 보이고, 마신 후 입 안에 남는 감촉 또한 부드럽다. 그런 의미에서 크레마를 단순히 맛의 관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시각, 촉각 등 여러 감각을 통해 에스프레소를 더욱 잘 느끼게 해주는 매개체로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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