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게 카페인을 즐기고 싶을 땐 카페라테
이탈리아의 카페에 가서 라테를 주문하면 흰 우유를 1잔 가져다줄 확률이 높다. 라테(Latte)는 이탈리아어로 그냥 '우유'를 뜻하는 단어이므로, 커피를 넣은 음료를 마시고 싶다면 반드시 "카페라테"라고 주문하자.
카페라테는 알다시피 에스프레소에 따뜻한 우유를 섞은 음료로, 너무 강한 커피 맛은 피하면서도 카페인을 충전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태어났다. 카페라테는 카푸치노보다 큰 잔에 담는 게 보통이며, 우유거품의 양은 조금 적다. 그러나 둘 다 커피보다 우유의 비율이 높은 연한 맛이고, 카페에서 대부분 두 음료를 비슷한 크기로 판매하다 보니 카페라테와 카푸치노의 차이점을 정확히 짚어내기는 어렵다.
사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카페라테가 좋다는 이에게 카푸치노를 줘도 카푸치노가 좋다는 이에게 카페라테를 줘도 다들 큰 불만 없이 마실 것 같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커피를 수만 잔 만들었지만 '카페라테가 너무 카푸치노 같다'거나 '카푸치노가 너무 카페라테 같다'며 불만을 토로한 사람은 1명도 없었다.
사람들이 카페라테나 카푸치노를 주문할 때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맛이 너무 강하지 않고 우유거품을 살짝 얹은, 홀짝거리며 마실 정도로 적당히 따뜻한 커피 음료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카페라테의 용량은 180~200ml가 적당하며, 에스프레소 싱글샷(18~22g)에 거품을 가볍게 낸 따뜻한 우유를 첨가하는 것이 가장 맛있게 느껴진다.
커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라테아트
라테아트는 지난 10년간 고급 커피인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성장을 주도해 온 주역이다. 필자가 처음 에스프레소에 빠져들게 된 것도 사실 커피가 아닌 라테아트 때문이었다.
라테아트는 카페라테뿐 아니라 스팀밀크가 들어가는 모든 에스프레소 음료에 시도할 수 있다. 에스프레소에 우유거품을 따른 후 이쑤시개와 초콜릿 시럽으로 무늬를 그려 넣는 것도 라테아트라고 칭하기는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라테아트는 피처에 담긴 스팀밀크를 음료 표면에 부어가며 무늬를 만들어가는 것을 뜻한다.(물론 나중에 무늬를 그려 넣는 것 또한 충분히 아름답고 인상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굳이 커피를 그런 방식으로 장식해서 마실 필요가 있을까 싶다.)
라테아트는 어찌 보면 장대높이뛰기 같다. 끈질기게 시도하면 마침내 성공할 수 있지만 성공하기 직전까지는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곧 소개할 라테아트 방법만 보고 한 번에 성공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성공 요인이 나 실패 요인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막 거품을 낸 신선한 스팀밀크는 우유와 공기가 균등하게 잘 섞인 상태다. 표면은 마치 광택이 있는 하얀 페인트처럼 매끈해야 하며 거친 거품이 섞여있어서는 안 된다. 스팀밀크의 특성상 가벼운 거품 부분은 자꾸 피처 위쪽으로 올라오고 무거운 액체 부분은 아래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으므로 두 부분이 분리되지 않도록 피처를 주기적으로 돌려줘야 한다. 라테아트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스팀밀크의 매끈한 질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테아트 방법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참고하면 좋다.
1. 우선 갓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준비한다. 추출한 지 오래된 에스프레소의 크레마는 퍽퍽하고 푸석거린다. 사실 크레마가 라테아트에 필수인 것은 아니지만, 풍부하고 부드러운 크레마는 대리석 같은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2. 라테아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팀밀크를 일정한 속도로 따르는 기술이다. 속도가 너무 느리면 우유만 따라지고, 반대로 너무 빠르면 무늬를 그릴 시간이 줄어들고 크레마에 우유가 튀어 얼룩이 생길 수 있다. 피처를 적당히 기울여 우유가 쏟아지거나 찔끔찔끔 나오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처음 부울 때는 낙차를 이용하기 위해 조금 높은 곳에서 부어주어야 한다. 라테아트는 커피 위에 스팀밀크가 뜨는 성질을 이용한 작업이지만, 이는 나중에 생각할 문제다.
3. 처음에는 우유가 커피의 표면을 뚫고 컵의 바닥까지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우유를 따른 이후에는 본적적인 아트 작업에 들어간다.
4. 무늬 만들기 작업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는 피처를 앞으로 살짝 기울여주는 것이 좋다.(경우에 따라 커피잔을 피처 주둥이 쪽으로 조금 기울여도 된다.) 스팀밀크는 음료의 표면에 가깝게 붙인 채 따르는 것이 좋으므로 이를 돕기 위해 커피잔을 살짝 기울인다. 우유를 가까이에서 따르면 가벼운 질감의 우유가 표면에 뜨면서 갈색의 커피를 바탕으로 무늬가 형성된다.
5. 피처를 양 옆으로 부드럽게 움직여가며 커피 표면에 물결무늬를 만든다. 무늬는 피처를 쥔 손의 움직임과 반복의 빈도, 우유를 따르는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6. 커피잔이 다 차기 직전, 우유가 음료 표면을 뚫고 들어갈 수 있도록 다시 피처를 높이 들어 표면의 무늬를 가로지르는 선을 그어주면 원하는 그림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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