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과 사랑에 빠진 인류
카페인은 니코틴과 알코올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약물로 자리 잡았다. 북미 거주 인구의 90%가 매일 카페인을 섭취하며, 그중 약 75%는 커피를 마신다고 알려져 있다. 카페인의 각성효과에 빠진 인류는 합성카페인을 만들기에 이르렀고, 이제 커피나 차뿐 아니라 음료수, 에너지드링크, 아이스크림, 껌, 심지어 면도용 젤에서도 카페인을 만날 수 있다.
합법적인 마약, 카페인
'카페인'이라는 단어를 만든 사람은 19세기 중반 독일의 화학자 프리드리히 룽게(Friedrich Runge)다. 룽게는 독일어로 커피를 뜻하는 카페(Kaffe)에 화학물질에 붙이는 어미 인 -ine)을 붙여서 카페인이라는 단어를 만들었고, 이는 프랑스어로 Caféine, 그리고 영어로 Caffeine이 되었다.
카페인은 원래는 식물이 해충을 쫓기 위해 자생적으로 만들어내는 화학물질이다. 각성효과가 있는 염기성 유기화합물의 일종으로, 생존경쟁이 치열한 지역(주로 회귀선 지역)의 식물들이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낸 자구책이라고 볼 수 있다. 각성효과 덕분에 인간을 포함한 덩치 큰 동물들은 카페인을 좋아하며, 일부 동물은 커피 열매를 주식으로 삼기도 한다. 흔히 카페인은 무미무취의 물질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순수 카페인은 강한 쓴맛을 내는 물질이라. 커피의 쓴맛 중 10%가량이 카페인 때문이다. 그래서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는 특유의 씁쓸한 맛이 난다.
진한 커피일수록 카페인이 많이 들었을까?
연간 전세계적으로 소비되는 카페인의 양은 12만 톤이고, 이를 커피로 계산해 보면 8,000억 잔 정도다. 건조 생두에서 카페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2~2.5%이며, 건조된 커피 열매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7%가량이다.
로부스타종의 카페인 함량이 선천적으로 높지만, 재배 방식이나 품종, 정제법에 따라서도 카페인 함량이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다크로스팅한 원두의 카페인 함량이 더 낮다고 하는데, 이는 178℃의 승화점(고체가 액체 상태를 거치지 않고 바로 기체로 변하는 온도) 이상에서 더 오래 가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두를 다크로스팅하면 전반적으로 무게와 밀도가 감소해 추출 시 더 많은 양을 사용하게 되므로 음료로 만들었을 때의 카페인 함유량은 사실 비슷해진다. 게다가 애초에 카페인 함량과 로스팅의 상관관계를 따져가며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드물다.
카페인은 물에 워낙 잘 녹는다. 그래서 추출법에 따라 카페인의 함량 자체가 달라지는 일은 거의 없다. 물론 추출법에 따라 커피 1리터당 함유된 카페인의 비율이 달라질 수는 있다. 커피를 마시며 카페인 소비량을 계산하고자 할 때는 마시고 있는 음료가 몇 ml인지로 따지기보다는 그 음료를 만드는데 들어간 커피 원두의 무게로 따지는 편이 훨씬 더 정확하다.
졸음을 없애는 마법의 약, 카페인
카페인은 빠르게 흡수되며 효과 또한 거의 즉각적이다. 카페인의 각성효과는 섭취하고 약 30분 후에 최고조에 달하며, 3시간 후에는 그 효과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인체에 흡수된 카페인이 모두 사라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2시간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이 시간은 수분 섭취, 음식 섭취, 운동량, 흡연여부, 음주 여부, 인종, 나이, 심지어 성별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카페인이 뇌와 교감신경계를 자극하는 원리는 감탄스러울 정도다. 커피를 마시면 잠이 깨는 이유는 정교한 생물학적 작용으로 이루어진다. 카페인은 인체에 흡수되면 졸음을 일으키는 활동을 막은 후 뇌를 자극해 심장 박동을 높이고 아드레날린을 분비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 답은 카페인과 아데노신(Adenosine)의 화학적 유사성에 있다. 아데노신은 뇌가 지나치게 활발하게 활동할 때 뇌의 기능을 둔화시키고 몸의 피로를 느끼게 하기 위해생성되는 물질이다. 카페인은 아데노신을 꼭 빼닮은 사악한 쌍둥이 형제처럼 아데노신의 자리를 빼앗는다. 이러한 현상을 생물학에서는 '경쟁적 억제'라고 부르는데, 카페인은 말 그대로 아데노신과 경쟁해 그 자리를 빼앗으면서 아데노신의 작용을 억제한다.
신경세포에 달라붙은 카페인은 아데노신과는 정반대로 작용한다. 피로를느끼게 해 휴식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아데노신과 달리 카페인은 신경세포를 자극해 뇌가 더 빠르게 움직이게 만든다. 이러한 신경세포의 움직임을 감지한 뇌하수체(뇌의 하단에 위치한 콩알 크기 정도의 기관)는 교감신경을 자극해 '투쟁-도피 태세(위협에 직면했을 때 이에 맞서 싸우거나 도피하기 위한 준비 태세)'를 발동시킨다. 투쟁-도피 태세에 들어간 우리의 몸은 비상사태에 대한 대비를 시작해 동공이 확장되고 심박수가 증가하며 신장에 저장되어 있던 당이 분비된다. 우리의 뇌를 공략하는 카페인의 완벽한 전술을 보면 카페인이 어째서 그렇게 효과적인 각성제인지 잘 알 수 있다.
카페인 금단증상, 과학이 설명하다
카페인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1800년대부터 있었다. 특히 커피 반대론자인 찰리 포스트(Charley Post)는 카페인이 들어 있지 않은 포스텀(Postum)이라는 커피 대체 음료를 발명해 판매하기도 했다. 포스텀의 광고 문구는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커피의 대체 음료"였다.
다른 약물과 마찬가지로 카페인 또한 지나치게 섭취할 경우 부작용이나 금단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 카페인에 내성이 생기면 아데노신 수용체의 개수가 늘어난다. 카페인이 자꾸 아데노신의 자리를 빼앗으니 아데노신도 수용체에 더 달라붙을 수 있도록 개수를 늘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일단 커피를 마음껏 마실 수 있을 때는 괜찮다. 그러나 카페인 공급이 끊기면 늘어난 아데노신의 활동으로 우리 몸은 평소보다 더 큰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바로 카페인 금단현상이다. 상태가 심해지면 카페인 부족시에 심한 감정기복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카페인은 기분이나 식욕, 수면 등을 조절하는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의 생성과도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임상연구에 따르면 카페인 과잉섭취가 가져오는 영구적인 부작용은 없다. 오히려 최근 행해진 일부 연구에서는 카페인이 정신질환 치료에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금수저의 성공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커핑 전문가 같이 하는 방법 커핑 뜻 커피 맛보기 시음 (1) | 2023.12.28 |
---|---|
커피와 물과 온도 다크로스팅 라이트로스팅 온도 경수와 커피 (0) | 2023.12.28 |
커피 중독 커피 신맛 쓴맛 단맛 아로마 (2) | 2023.12.27 |
다이소 캡슐커피 게이샤 블렌드 아라비카 블렌드 (1) | 2023.12.27 |
전세 월세 보일러 고장 수리 요청 방법 (1) | 2023.12.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