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라는 이름의 중독적인 맛과 향
생두의 향미 성분은 300가지가 넘는다. 그런데 로스팅을 거치면 화학작용으로 새로운 성분이 형성되고, 그 결과 원두는 900여 가지의 향미 성분을 지니게 된다. 각각의 성분은 고유의 맛과 향을 지니며, 각 성분의 상호작용은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새로운 향미를 만들어낸다.
커피의 다양한 맛
전통적으로 커피의 훌륭함을 판단하는 기준은 맛이다. 원두의 개성과 특성을 잘 살렸는지? 너무 쓰거나 싱겁지 않도록 균형 있게 추출했는지? 단맛을잘 살렸는지? 향미가 선명하게 느껴지는지?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지며 커피의 맛을 판단한다. 인간의 감각은 적어도 맛의 영역에 있어서는 그 어떤 기계를 능가한다. 위에 제시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비싼 장비가 필요한것도, 화학 학위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맛이 중요한 만큼 그 맛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그 커피 맛을 제대로 살려내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 자신만의 법칙, 즉 커피는 이 정도 우려낸다거나, 이 재료는 이만큼 넣는다거나, 스푼으로 20초 저어준다거나 하는 공식을 만든다. 이렇게 공식을 만들고 익혀나가다 보면 일관된 맛을 낼 수 있고, 대부분은 이쯤에서 만족한다. 일정한 맛을 내는 훌륭한 커피를 만들 수 있게 되었으면 됐지, 굳이 그 뒤에 숨은 원리까지 이해하려고 머리를 싸맬 필요가 있나 싶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원리를 이해했을 때 비로소 더 훌륭한 커피를 만드는 비밀을 알아낼 수 있다.
커피가 품은 특별한 단맛
커피의 맛을 얘기할 때 단맛(Sweetness)은 사실 쉽지 않은 개념이다. 영국에서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중 절반가량이, 그리고 미국에서는 35%가량이 커피에 설탕을 넣는다고 답했지만 우리가 이 책에서 말하는 커피의 단맛은 설탕의 단맛이 아니다. 커피의 단맛이란 설탕을 넣지 않은 커피에서 느껴지는 캐러멜이나 초콜릿, 누가사탕의 달콤한 풍미다.
원두에는 당분이 0.2%가량 함유되어 있다. 원두 상태에서도 높은 편이 아닌데 음료로 추출한 커피 안의 당 함유량은 더 낮아진다.(일반적인 프렌치프레스 추출법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당 함유량은 약 0.06%이다.) 원두 안의 당분은 긴 사슬 다당류로,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설탕의 단맛과는 다르다.
커피는 직접적인 단맛을 내는 음료는 아니지만, 로스팅 과정에서 생성되는 익숙한 '달콤한 향기' 와 원두 내부에 있던 복잡한 당분과 캐러멜 성분이 만나 혀에 달콤한 느낌을 준다. 진하게 내린 커피에서 이 느낌을 더 강하게 받을 수도 있다. 단맛은 다른 요소들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뤘을 때 더욱 강하게 느껴지므로 커피를 추출할 때는 달콤한 맛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삼아도 좋다.
커피의 균형을 잡아주는 쓴맛
커피가 맛없으면 대부분 쓴맛(Bitterness)을 탓한다. 커피가 싫다는 사람에게이유를 물으면 많이들 "써서"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얘기는 쓴맛 입장에서는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쓰다'라고 표현하기는 하지만 잘 따져보면 떫은맛이나 시큼한 맛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에스프레소 제조음료에서 쓴맛이 느껴질 때는 커피가 아니라 탄 우유 때문인 경우도 있다.
커피의 쓴맛을 내는 성분은 주로 트리고넬린(Trigonelline)과 퀴닉산(QuinicAcid)이라는 화합물이다. 퀴닉산은 토닉워터의 쓴맛을 내는 성분이기도 하다.맛과 향이 없다고 알려져 있는 카페인도 사실 쓴맛을 낸다.
쓴맛 하나만 떼어놓고 봤을 때는 불쾌한 맛일 수도 있지만, 균형만 잘 맞추면 쓴맛은 단맛을 강조하고 신맛을 잡아줄 수 있다. 쓴맛의 안정감은 커피에서 느껴지는 여러 가지 맛을 정리하는 역할인 셈이다.
커피를 추출하면 쓴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므로 너무 느리게 추출한 에스프레소나 너무 오래 우려낸 프렌치프레스 커피는 쓸수밖에 없다. 반대로 추출 시간을 줄이면 쓴맛도 함께 줄어든다. 원두의 분쇄크기, 추출 온도, 물도 쓴맛에 영향을 주며, 가용성 성분이 많은 다크로스팅 원두일수록 더 쓴맛을 낸다.
원두에서는 단맛과 신맛, 그다음으로 쓴맛이 추출되는데, 일단 쓴맛이 우러나오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다른 맛을 덮어버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훌륭한 커피를 증명하는 신맛
신맛(Acidity)이라는 말에 괜히 겁을 먹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신맛은 훌륭한 커피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좋은 신맛은 커피에 신선하고 부드러운 과일 향을 선사하며, 커피의 맛을 상쾌하게 만든다. 좋은 커피의 산뜻하고 중독성 있는 산미를 처음 먹어보면 평소 마시던 평범한 커피와 달라서 아마 놀랄 것이다. 산미는 높은 고도에서 생산해 워시드 방식으로 정제한 커피에서 주로 높게 나타난다. 케냐와 콜롬비아는 부드럽고 산뜻한 산미를 내는 커피로 유명하다.
원두에는 다양한 산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 그중 함유량이 가장 높은 산은 다음의 4가지다. 구연산(Citric Acid, 감귤류 과일에 함유), 사과산(Malic Acid, 사과에 함유), 젖산(Lactic Acid, 유제품에 함유), 초산(Acetic Acid, 식초에 함유)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우리가 직접 혀로 느끼는 산미의 정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다. 우리가 혀로 느끼는 커피의 신맛은 다른 맛들, 즉 짠맛과 쓴맛 단맛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국제커피기구 기술연구팀이 1991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원두에는 30가지 이상의 산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 각 성분의 추출 정도는 원두의 분쇄정도, 추출 시간, 추출 온도 등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짐작했겠지만 원두를 곱게 분쇄할수록 추출물 내의 산 농도가 높아진다. 또한 추출 시간과 온도를 점점 높여가며 측정해 봤더니 추출 온도는 섭씨 100℃일 때, 추출 시간은 14분일 때 산의 농도가 가장 높았다. 이 실험결과에서 알 수 있듯 무작정 높은 온도에서 오래 추출할수록 신맛 성분의 농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며, 일부 성분은 오히려 파괴되거나 변형된다. 생두의 산 농도, 즉 pH 값은 로스팅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변한다 생두 상태일 때 5.8 정도였던 pH 값은 1차 크랙 이후 약 4.8까지 떨어진다
후각으로 느끼는 커피, 아로마
커피의 향을 '아로마(Aroma)' 라고도 한다. 이 아로마는 정말이지 매력적이다. 커피 아로마는 신기하게도 우리가 단순히 코로 들이마시는 냄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코 뒤쪽의 비후 경로를 통해 맡는 향기, 즉 입 안에 커피를 한 모금 머금고 숨을 내쉴 때 느껴지는 향기 또한 커피의 아로마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다.
우리의 뇌는 혀가 느끼는 맛과 질감, 온도와 코가 느끼는 아로마를 합해 커피의 맛과 향을 종합적으로 느낀다. 뇌에서 일어난 작은 화학적 변화는 우리의 의식에 강렬한 감정적 경험으로 남는다. 코를 막고 음식을 먹어본 사람이라면 갑자기 맛이 밋밋하고 재미없어지는 그 느낌을 잘 알 것이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커피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커피 속의 수백 가지 향까지도 우리의 코에 닿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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